머리는 물미역, 눈 코 입엔 짜디짠 바닷물
그래도 인생이 요동친다면 서핑만 한 것도 없지!
망망대해 같은 인생, 바다 위에서 얻은 위안과 다시 일어설 용기
푸른 하늘빛을 그대로 이어받은 드넓은 바다 위에 서프보드 하나에 의지해 자유롭게 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시원하게 부서지는 파도 위에 서서 호쾌하게 바람을 가르는 모습.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서핑에 대해 흔히들 떠올리는 이미지다. 그런데 실상은 어떨까? 정말 그렇게 우아하고 폼 나고 신나기만 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아하고 폼 나는 운동과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파도를 타는 시간은 전체 서핑 시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신난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 자유로움과 스릴 넘치는 재미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서핑만 한 취미도 없다.
‘언젠가는 해봐야지’ 싶었던 로망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에세이 [난생처음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난생처음 서핑》은 ‘나도 서핑 한번 해볼까?’ 싶은 마음에 그야말로 기름을 부어줄 만한 책이다. 파도와 ‘밀당’하며 좌충우돌 조금씩 실력을 키워가는 유머러스한 저자의 모습은 특유의 생동감으로 자연스레 독자의 마음을 바다로 이끌고, 바다에서 구르고 깨지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는 거칠고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공감을 자아낸다.
JTBC 디지털 피디. 인턴, 프리랜서, 계약직이라는 갖가지 이름으로 S사, M사를 거쳐 J사에 입사했다. 한번 빠져들면 뭐든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몰두하는 성격이다. 어렸을 때부터 치킨을 좋아해서 대학교 때 치킨 동아리 활동을 하며 치믈리에(치킨 소믈리에) 자격증까지 땄을 정도. (그 덕에 방송에도 얼굴을 비췄었다.)
유달리 남에게 지는 걸 싫어하는 승부욕의 화신. 축구, 농구, 테니스, 스쿼시, 요가, 필라테스 등등 안 해본 운동이 없다시피 할 정도로 여러 운동을 섭렵했고, 타고난 승부욕으로 남보다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했다. 그랬다. 서핑을 만나기 전까지는 스스로 무슨 운동이든 빨리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신했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바다와 파도에 푹 빠져서 지금은 5년째 서핑에 홀릭 중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척 가장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유튜브 서핑 채널로 힐링을 하고, 명절과 휴가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틈만 나면 서핑을 하러 발리 바다로 달려간다.
프롤로그_파도가 몰아치는 날엔, 바다로
1장 바다 위에서 무지개를 보고 싶다면
한국에 온 발리 사람
날카로운 첫 서핑의 기억
‘빚나는’ 서핑 여행
아무래도 여기가 아닌 것 같은데
일어서지 않으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다
바닥에서 발견한 진짜 마음
길을 잃을 때마다
그린 웨이브, 물 위를 걷는 느낌
무지개 꽃이 피었습니다
울퉁불퉁해도, 이게 내 인생 파도
2장 파도가 내게 하는 말
더 깊이 빠져야 넘을 수 있다
남이 아니라 나를 보는 연습
내 무게가 얼마냐면
어깨를 쫙 펴고, 허리는 꼿꼿하게
9.1피트의 자유
바다에 나가거나, 나가지 않거나
잘 내려오는 게 더 중요해
파도가 나를 태워줬을 뿐
나만의 시아르가오를 찾아서
하나라도 줄이자 관
3장 파도가 우리를 밀어줄 거야
꿈도 없는 꿀잠
서핑 하는 언니들
역시 재밌었지?
그래서 잘 타?
버티는 것도 능력
숨만 쉬어도 떠 있습니다?
무릎 서퍼 니-서퍼
바다를 찾는 저마다의 이유
파도의 맛
엄마 아빠, 서핑 할래?
4장 바다 밖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내 마음의 물기, 내 마음의 딩
때로 제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모두 물거품에서 왔는걸
파도를 재활용하는 법
다른 바다 다른 서핑
살이 빠졌다
파도의 선배들
우리에게 리쉬가 있다면
뭍에선 요가를, 바다에선 서핑을 합니다
서핑 하는 내가 좋다
|| 파도의 속도로 즐기는 바다 위 드라이브, 서핑!
서핑에 입문한 지 5년째, ‘힙한’ 취미를 즐기는 저자답게 그가 종사하는 업종도 힙하다. 저자의 직업은 방송국 디지털 피디. 그러나 멋들어진 명함 뒤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망망대해처럼 막막하기만 하다. 기존 피디와도 다르고 그렇다고 기자도 아니고, 하지만 저널리즘을 다루는 혼돈의 포지션. 게다가 정해진 매뉴얼도, 사수도 없는데 매일 여기저기서 문제는 빵빵 터지고, 결과는 잔혹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날아와 꽂힌다. 어디 그뿐이랴. 인터뷰라도 할라치면 “TV에 나오냐”는 소리를 듣고 또 듣기 일쑤다. 유튜브가 대세 미디어로 떠오른 지금도 그러니 처음 일을 시작했던 6년여 전에는 어땠을까? 이렇게 막막할 때마다 그는 바다를 찾고, 그때마다 눈 코 입 온몸 구멍구멍에 들이치는 짜디짠 바닷물과 싸워가며 오히려 힘을 얻는다.
그런데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시시때때로 길을 잃고,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자문하며 흔들리는 건 약과다. 사실 그가 본격적으로 서핑을 시작한 것은 언론사 공채에서 무려 열네 번이나 낙방한 취준생 시절이었다. 무기력과 우울을 떨쳐내기 위해, 취준생 처지에 그것도 빚을 내서 떠난 발리 여행에서 그는 서핑에 푹 빠져버렸다. 꿈을 가진 사람을 더 혹독하게 다루는 세상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그에게 발리 바다는, 서핑은 다시 일어설 용기와 위안을 안겨주었다. 난생처음 서핑을 하면서 파도에 말리고, 다치고, 깨지면서도 고비를 넘고 넘어 바다 위에서 무지개를 보고, 실력을 쌓아 그린웨이브를 타는 과정은 지켜보는 사람마저 응원하고 함께 기뻐하게 만드는 매력을 내뿜는다.
실패가 두려워서 넓은 바다로 나가기를 주저한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진짜 실패가 아닐까. 파도에 얻어터지고 바닷속 바닥을 셀 수도 없이 찍고 나오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는 저자의 모습을 보다 보면 비단 서핑뿐만 아니라 해보고 싶었던 일, 이루고 싶었던 꿈을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아난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다.”
못해도 괜찮아, 엉망이 돼도 괜찮아, 살아 있으면 다 괜찮아
세상일이 어디 마음대로 될 리 있겠냐마는 갈수록 심해지는 경쟁과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에 그 어느 때보다 세상살이가 고되고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구는 어디에 취직을 했고, 누구는 얼마짜리 집을 샀고, 누구네 자식은 얼마나 성공을 했고…… 기대와 비교의 컨베이어벨트는 지칠 줄 모르고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남과 비교하며 박탈감에 시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거기에 왜 이렇게 못났느냐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마음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피디가 되고 싶다는 꿈을 향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고,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했던 저자가 연이은 탈락에 더욱더 힘들어했던 이유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취준생활 중에 서핑 여행을 떠났다? 일면 대책 없어 보이지만 그 나름대로는 숨구멍을 찾기 위한 필사적인 방법이었다. 그리고 서핑을 하면서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서 돌아온다. 현실은 분명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지만 세상과 자신을 대하는 마음이 바뀌었기에. 바닷속보다 깊은 자신의 밑바닥을 더듬고 돌아온 그는 더는 절망에 지지 않고 스스로를 도닥이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책 속에서 서핑을 하는 과정은 인생과 절묘하게 겹쳐진다. 바다는 세상이고 서핑을 하는 과정은 인생과 닮았다. 특히 ‘내가 할 수 있을까?’, ‘넘어지면 어쩌지?’ ‘파도에 휩쓸리면 어쩌지?’ 같은 수많은 의문과 두려움, 회의를 품었다가 마침내 두 발로 보드 위에 서서 손을 쭉 뻗고 앞을 바라보는 마법 같은 순간에는 일단 해보면 뭐라도 이룰 수 있다는 실감이 찾아온다. 이안류에 휩쓸리면 발버둥 쳐봐야 제자리, 발버둥 치지 않으면 쓸려나가고 말지만 포기하지 않고 방향을 틀면 해안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덕다이브나 에스키모롤 등 서핑 기술을 말하면서는 더 깊이 빠져야 큰 파도를 넘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래시가드 사이로 보이는 뱃살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나, 멋모르고 깊은 바다에 나가서 기억의 필름이 끊길 정도로 고생한 이야기나, ‘야매 강사’를 만나서 고생한 에피소드 등은 피식피식 웃음을 자아내지만, 바다와 자신을 살피며 차곡차곡 쌓아온 이야기는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쉴 새 없이 구르고 깨지면서도 파도 하나 잡아타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책 속 저자의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서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인생에 파도가 몰아칠 때 그래서 삶이 요동칠 때면 더더욱. 잠시나마 조바심을 접어두고 관대한 마음을 품고 ‘멋져, 잘했어’, ‘고마워’, ‘환영해, 안녕’이라는 의미가 담긴 서퍼들의 인사, 사카 사인을 스스로에게 보내고 싶어진다.
내가 흔들릴 때는 요가를,
세상이 흔들릴 때는 서핑을!
출렁이는 세상에서 균형 잡고 살기 위하여
축구, 농구, 테니스, 스쿼시, 요가, 필라테스 등 갖가지 운동을 섭렵한 저자가 서핑과 가장 닮은꼴로 꼽는 운동은 요가다. 보드 위에서 하는 요가인 패들보드 요가가 괜히 있는 것은 아닐 터. 그런데 유연성이나 코어 근력 등이 필요하다는 점, 균형과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이 같고 유사한 동작도 많았지만 하면 할수록 둘 사이에 다른 점이 보였다고. 가장 큰 차이는 요가는 내 안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주고 서핑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것. 요가는 단단한 바닥 위에서 나에게서 비롯된 들숨과 날숨, 고민과 슬픔, 절망과 번민을 가라앉히며 균형을 잡아가는 운동이지만, 서핑은 멈추지 않고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운동이라는 것. 그래서 내가 흔들릴 때는 요가 매트 위에 서고, 세상이 흔들릴 때는 서프보드 위에 섰다고.
세상의 정신없는 속도에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다면, 서핑을 하며 바다의 리듬에 맞춰 파도에 올라타는 법을 배워보면 어떨까? 출렁이는 세상에서도 균형을 잘 잡고 파도 보는 눈을 키운다면 언젠가는 정말이지 빅웨이브를 잡아탈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방구석 1열에서 구르고 휘말리고
호쾌하게 달리는 서핑을 체험하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서핑의 매력
서퍼들은 파도 하나 없는 잔잔한 바다를 두고 ‘장판’이라고 일컫는다. 잔잔하니 좋겠다고? 천만에. 파도가 없는 날에는 당연히 서핑도 즐길 수 없다. 파도에 정신없이 구르고 휘둘리다 보면 잔잔한 바다가 그립기도 하겠지만, 바람과 파도 없이는 서핑도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 하루도 조용한 날 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제발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질 테지만 정작 할 일도, 하고 싶은 것도, 불러주는 곳도 없다면 무료하고 심심하고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마련. 그러니 무섭고 두렵더라도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로 나가볼 일이다. 주야장천 파도에 시달려도 언젠가 한번은 그 파도가 우리를 밀어주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 함께 서핑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책은 이렇듯 서핑의 세계를 생생하게 느끼고 경험하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을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그러니 지금 당장 바다로 나갈 수 없다면 일단 내 방 장판에라도 누워 우당탕탕 신나는 서핑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시길.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다는 서핑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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